편집자의 추억 - 영원한 마음의 짐 절친 최병선의 죽음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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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는 산자의 희망이요 눈물입니다.
언제나 현충일이면 대전 현충원을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어머니!! 그 많은 인파속에서 어머니가 계실까봐 근처 화환을 파는 사람들 근처에 차를 세우고 지켜보게됩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오랜시간 절친한 친구요, 당신이 애지중지 아끼던 아들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가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해 성탄절날 녀석은 단조롭기 짝이없는 군생활에서의 화려한 성탄축하 행사를 뒤로하고, 병환중에 있는 상사의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운명의 날이었고 하늘이 녀석을 부르던 날 이었습니다.
옆방 보일러실이 폭발하여 삽시간에 벽돌과 용광로같은 물이 쏟아져 내리다니 순식간에 전신은 끓는 물에 던져졌었습니다.
황급히 어머니와 더불어 찾았던 국군통합병원 병실에 누워있던 친구의 모습은 미이라처럼 전신이 붕대에 휘감겨 있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형상이었습니다.
어머니!!
그토록 신앙심깊고 성실하고 착했던 친구가 연신 목놓아 부르던 제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겨우 내밷은 한마디가 절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요. “차라리 죽고 싶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무섭다...“ 저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서 더욱 가슴이 저며 왔습니다.
2주 동안 투병을 하는 동안, 아침마다 전신의 살점을 뜯어내는 소위 ‘드레싱’을 하는 시간은 지옥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해 눈이 많이 내리던날 생명의 빛은 꺼져갔고, 처음 몇 년간은 저희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계신 댁을 찾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머님은 오히려 저를 보시고는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시는지 더욱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것은 먼저간 친구를 기억하는 것만큼 제게도 아픔이었습니다. 생의 어려움이 밀려올때마다 죽음을 떠올릴때마다 어느 노병의 말을 되뇌이며 내가 더 살아야지 친구의 몫만큼은 더 살아야지 합니다. 오늘도 그날처럼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당신과 즐긴 행복이 넘쳤던 순간에 대한 추억들이 불현듯이 떠오르고,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즐긴것에 대해 신과 당신께 진정 고마움을 느낍니다. 내가 돌아오지 않거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를 잊지 마시고, 전쟁터에서 내가 마지막 숨을 내쉴때, 그것이 당신의 이름을 속삭일 것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죽은 자들이 이땅에 되돌아와 사랑하는 사람들 주위를 보이지 않게 날아 다닐 수 있다면 나는 항상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당신 뺨에 솔솔 불면 그것은 나의 호흡일 것입니다. 사라!! 나를 애도하지 말아요. 내가 멀리 갔다고 생각하고 기다리세요. 우리는 다시 만날테니까“(어느 노병의 고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