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福일지? 禍일지? "-함경수 원장님의 이야기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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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2-03-19 13:31 조회 7,973본문
옛날에 황해도 해주 사또인 어판득은 근본이 어부였습니다.
고기잡이배를 사서 선주가 되더니 어장까지 사고, 해주 어판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부자가 되었더랍니다.
그는 어찌어찌 한양에 줄이 닿아 큰돈을 주고 벼슬을 샀고, 평양감사 아래에서 얼쩡거리더니 마침내 해주 사또로 부임했더랍니다.
그는 그렇게도 바라던 고향 고을의 원님이 되어 권세도 부리고 주색잡기에도 빠졌습니다.
그렇지만 웬지 즐겁지 않고 뭔지 모를 허망함만 남을 뿐이었답니다.
처서도 지나고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어느날, 사또는 동헌에 앉아 깜빡 졸았습니다.
사또는 원래의 어판득이 되어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을 끌어올렸습니다.
조기떼가 갑판 위에서 펄떡이자 그도 조기와 함께 드러누워 껄껄 웃었습니다.
꿈을 꾼 것입니다. 이튿날, 사또는 백성들의 눈을 피해 어부로 변장하고 동헌 전속 의원인 마 의원만 데리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준비해둔 쪽배를 타고 노를 저어 망망대해로 나갔더니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옛 솜씨가 그대로 살아난 듯 그가 던진 그물엔 조기와 우럭이 마구 펄떡거렸습니다.
그는 호리병에 담아온 막걸리를 들이키며 껄껄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손을 잘못 짚어 오른손 중지가 못에 찔려 피가 뚝뚝 흘렀습니다. 마 의원이 그 자리에서 약쑥을 붙이고 붕대를 감았습니다.
“괜찮겠지?”
사또가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눈을 내리깔고 있던 마 의원이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관아로 돌아왔는데 못에 찔린 손가락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며칠 후 마 의원이 사또의 다친 손가락을 칼로 째 고름을 빼내고 고약을 발랐습니다.
“내 손가락이 어떻게 돼가는 건가?”
사또가 묻자 마 의원은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입니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누가 어찌 알겠습니까?”
사또는 몹시 화가 났지만 마 의원이 연배도 위인데다 뭇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지라 꾹 참았습니다.
사또의 손가락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 손가락을 잘라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또는 무당 손에 들린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함쳤습니다.
“여봐라! 저놈의 돌팔이를 당장 옥에 처넣어라.”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사또는 그날 밤 감옥으로 마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이 돌팔이야, 옥에 갇힌 맛이 어떠냐?”
그러나 마 의원은 목에 긴 칼을 쓴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사또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습니다.
“또, 또, 또, 저 소리! 여봐라, 저놈을 끌어내 당장 곤장 열대를 안기렷다.”
한달여 지나 사또가 붕대를 풀었습니다.
잘린 상처는 말끔하게 아물었지만 오른손은 중지가 빠져나가 영락없는 병sin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름에 잠겨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사또는 또다시 바다가 그리워져, 날을잡아 어느날 혼자 쪽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때 수평선에 불쑥 솟아오른 황포돛배가 순풍을 타고 쏜살같이 파도를 가르며 다가왔는데
이럴 수가! 그 배는 해적선이었습니다.
해적선 위로 잡혀 올라간 사또는 사색이 되었습니다.
해적들은 갑판 위에 걸쭉하게 제사상을 차려놓고 용왕제를 지낼 참이었습니다. 이들은 사또를 제물로 포획해 바다에 빠트릴 작정이었습니다.
이를 눈치챈 사또가 울며불며 발버둥을 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또를 묶던 해적이 무언가 이상한 듯 두목을 불렀습니다. “쯧쯧쯧, 이런 손가락도 없는 병sin을 제물로 쓸 수는 없어!”
사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의관을 차려입고 감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원님의 깊은 뜻을 미처 몰랐습니다. 손가락이 없는 덕택에 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도 의원님을 이렇게 옥에 가두다니….”
사또는 손수 옥문을 열고 마 의원을 정중히 동헌으로 모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사또가 거듭 머리를 조아리자 마 의원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나으리 덕택에 제 목숨도 부지했습니다.
소인을 옥에 가두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바다에 동행했을 테고, 소인은 사지가 멀쩡하니 제물이 되어 지금쯤 고기밥이 되었겠지요.”
새옹지마 처럼 다양한 변수가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힘들고 어렵게도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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