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청년작가 백월의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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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2-03-25 13:29 조회 8,360본문
“한결같군.”
백월야의 기억에 의존해 중얼거린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고 초하의 문자 메시지 수신함으로 들어갔다.
‘자냐?’
라고 하는 이모티콘으로 도배되어있는 화면을 위로 쭉 올려보니
‘오늘 맛있는 거 사줘서 고마워!!!!’
‘???’
‘십냐?’
라는 말이 있었다. 화면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갑자기 화면이 밑으로 끌려갔다.
‘이제야 읽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글자를 보고 채팅을 쳤다.
‘씻고 있었어.’
‘왜 이렇게 늦어!!!’
‘그냥.’
쾅쾅쾅!!!
그렇게 말을 끝내니 곳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현관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이웃에 민폐잖아. 왜 그러는데.”
초하는 곰돌이 잠옷을 입고는 현관 앞에서 씩씩거렸다.
“오늘 왜 이렇게 이상해!!! 아까 길 한복판에서도 그렇고 카페에서도 그렇고 멍때리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화난 줄로만 알았는데 이상하게 평소와는 느낌도 달랐고 문자도 쌀쌀하게 답하고!!”
소리치는 초하의 팔을 붙잡고 집안으로 잡아끌었다.
“한밤중이야. 조용히 해.”
그렇게 말하고는 기억을 되짚었다. 기억 속의 백월야는 은근히 초하에게 다정했다. 그 다정함이 나의 기억으로 바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초하는 그 사실을 오늘 몇 시간 같이 있었던 것만으로 알아낸 것이다. 실수했다. 지금의 나는 백월야인 듯 아닌 백월야이기에 원래의 백월야와 같은 행동을 했어야 했는데 다짜고짜 이 세계에 떨어진 바람에 혼란스러운 나머지 그런 건 생각하지 못했다.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도 그 누구보다도 백월야와 깊게 연관된 초하 앞에서 말이다. 하지만 방금 초하의 말로 인해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분명 나는 백월야가 아니다. 그럼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미안해 뭐 좀 생각하느라고 그랬어.”
다정한 백월야를 연기했다. 하지만.
“연기 하지마.”
그런 초하의 말에 나는 바로 포기하고는 말했다.
“그래 맞아. 난 백월야가 아니야. 아니지 백월야일 수도 있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저 추측이었던 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숨기기 싫었던 것일 뿐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질 사실이었을 테고 말이다. 나는 그저 그 시간을 앞당겼을 뿐이다.
“...”
말 없는 초하를 나는 무심히 바라보았다. 지금의 나는 백월야의 기억만 있을 뿐, 백월야의 생각과 마음이 없다. 백월야의 다정함이 없다. 그래서 창백해져 있는 초하의 얼굴을 보고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초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월야는? 어디 있어?”
“몰라. 지금 이 몸이 백월야인 것은 틀림없어. 하지만 그 진짜 백월야가 어디 있는지 나도 몰라.”
초하는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나 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울지마. 나도 지금 엄청 울고 싶다고.”
“흑... 후우우으... 왜... 에?”
“난 지금 나를 백월야라고 인식해야 될 판이야. 내가 원래 뭐였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나의 말에 초하는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인 다음 말했다.
“흐아... 뭐 그건 불쌍하네. 그래도... 월야는 어딨는데...”
나는 우리가 아직 현관에 있음을 깨달아 다시 눈물을 폭포수처럼 짜내는 초하를 보고는 거실로 데리고 들어와 식탁 의자에 앉혔다.
“일단 앉아서 진정하고 있어. 진정 못 하겠으면 네 집으로 가든지.”
초하는 고개를 저었다. 가기는 싫다는 건가. 시곗바늘은 어느새 열두 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아니 집 가. 벌써 열두 시야. 아무리 바로 옆집이어도 너무 늦었어. 얼른 가. 가서 자고 아침에 다시 오든지 해 내일 학교 안 가니까.”
나의 말에도 초하는 가만히 울기만 했다. 아, 여러모로 귀찮은 녀석이군. 백월야는 어떻게 다 받아 준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초하를 다시 잡아끌어서 친히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있는 초하의 집 현관문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초하는 눈물을 다 닦고 곰돌이 잠옷의 모자를 푹 눌러 써 완전한 곰돌이가 되고는 집안으로 아무 말 없이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다.
“피곤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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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가. 백월야의 어린 시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초하와 같이 놀이터의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는 백월야의 어린 시절. 이미 기억 속에서는 희미해져 있는 추억이었다. 백월야의 기억 때문일까. 지금 이 장면이 몹시도 그립게 느껴졌다. 마치 정말 나의 과거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월야야~! 초하야~!”
누군가 둘을 불렀다. 둘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
“이모~!”
둘은 동시에 외치며 둘을 부른 사람의 품에 안겼다. 백월야의 엄마였다. 이젠 나의 엄마라고도 해야겠지. 일단은. 초하는 엄마를 이모라고 불렀다. 백월야의 기억대로라면 엄마가 스스로 초하에게 이모라고 부르라고 한 것이다. 눈앞의 엄마가 둘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치킨 먹을 거다~!”
그 말에 둘은 신나서 치킨치킨~ 노래를 부르며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제자리에서 멀어지는 세 명의 뒤를 바라보았다. 세 명이 하얀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반대쪽에서 이전보다 크게 자란 백월야와 초하가 걸어오고 있었다. 둘은 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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