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백월의 독백 - 다섯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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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2-06-08 15:06 조회 8,432본문
다시 돌아온 생각 할 시간에 밥을 입에 가져가며 생각했다. 나는 초하에게 꿈속에서 나온 백월야의 얘기를 했다. 초하는 나의 말을 의심 없이 바로 믿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꿈속의 백월야를 의심 중이다.
“과연 백월야가 맞았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하지만 그러는 반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머릿속이 소용돌이쳤다.
“하아, 밥이나 먹자.”
결국 지금 당장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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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가 지났을까 밥을 다 먹고 거실 소파에 누워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있은지.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다섯 시간은 지나있었다.
“오후 세 시. 아아아 심심해.”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니 나의 방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눈을 부비며 나오는 초하를 보고는.
“식탁 위에 치킨너겟 해놨으니까 밥 먹어.”
라고 말했고 초하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잠시 바라보고는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려 천천히 식탁에 가 앉았다. 그러고는 말한다.
“밥 떠줘.”
나는 식탁으로 바로 직행하는 초하를 보고 짐작은 했지만 사실로 다가온 것에 대해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고 한숨을 내쉬고는 초하의 밥을 떠주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누웠다. 그리고는 초하가 밥을 먹으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하지 못한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다시 상념의 바닷속으로 들어왔다. 나의 독백에 맞추어 생겨나는 하얀 글자들이 보인다.
꿈속에서 백월야가 나왔다. 과연 그 백월야가 진짜일까라고 의심을 하지만 전혀 가짜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가짜가 아닌 진짜인 백월야. 그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는 나라고 내가 진짜 백월야이고 자신과 같다고 우리는 하나라고.
그렇게 정해졌다고.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역시나 소설일까. 나는 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는 이곳에 처음 와서부터 이 세계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아무리 현실 같아도 나는 그 현실을 부정했고 급기야 나는 이 세계가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씩 가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이 처음부터 가짜라고 생각한 검은색 안개에 가려진 세계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장 결정적인 백월야의 말.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정해졌으니까.”
그 말이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대놓고 내가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하고 이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저 하얀색 글자들. 내가 독백을 하는 것에 따라 글자가 생겨난다. 이 상념의 바닷속은 아무리 느껴보아도 백월야로 존재하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느껴졌다. 그저 나의 머릿속 깊은 곳이 아닌 정말 다른 공간.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백월야로 행동하고 다시 이곳에 돌아오게 된다. 이곳에 서는 처음과 같이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것은 검은 심해 속에서 떠다니는 하얀 글자들이 보인다는 것뿐. 심지어 저 글자들은 나의 독백이지만 결코 나의 생각이 전부가 아닌 글자.
누군가가 나를 조종한다.
나는 가짜다.
이 세계는 진짜인가.
아마 가짜.
이 세계 또한 가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꿈속의 백월야는 진짜다. 하지만 가짜이기도 하다. 이 세계는 만들어 졌으니. 나는 백월야이지만 백월야가 아니며 진짜이지만 가짜다.
나는 결론을 내놓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두웠고 상념의 바다에서 돌아온 나는 어느새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머리는 약간 젖어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아마도 백월야이겠지. 내가 상념의 바닷속에 있으면 나를 대신해 백월야가 움직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면 지금 소파에 있던 내가 정확하게 샤워까지 하고 방으로 와서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것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제 서야 처음에 습관이라고 결정 내렸던 대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음?”
그런데 말이다.
“얘가 왜?”
초하는 왜 내 옆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다시 머리를 풀가동 시켰다. 하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오기는 했다.
“아 꿈이구나.”
하고 다시 눈을 감았고 그렇게 나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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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어느새 이전의 꿈속에 나왔던 장소에 서 있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입구.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백월야. 옆을 돌아보며 백월야를 바라보았다.
“너는 역시 진짜인 거야?”
나의 말에 백월야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맞아.”
나는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전에 못 다한 질문을 던졌다.
“이전에 했던 말, 그렇게 만들어졌고 전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이야?”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백월야 본인에게 물었다.
“이미 너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백월야의 반문에 추측으로 남겨 두었던 모든 결론 들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내가 낸 결론들은 모두 사실이 되었다.
“정말 골 때리는군. 그럼.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는 현실이야? 진짜인 거야?”
“음. 진짜이면서 가짜지. 네가 알고 있는 대로 이 세계는 소설이야. 작가라는 창조주가 만든 가상세계이지. 하지만 그 소설 속의 우리에게는 현실이니까. 이 세계는 우리에게는 현실이면서 현재 모니터 밖에서 나의 말과 이 세계를 글로 만들고 있는 작가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가상세계야.”
나는 백월야의 말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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