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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김영준 장편소설 「1999」 (보민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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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기자 작성일 22-01-24 02:11 조회 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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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종말론의 핵심인 “휴거”를 소재로 한 책은 여지껏 많이 쓰였고 이에 관한 내용들도 이미 많이 축적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역시 “휴거”를 다룬 이 책 또한 어쩌면 그간 보여진 일종의 계시론적인 서사나 종교적 계몽의 연장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휴거를 소재로 하였으나 휴거에 대한 소설이 아니며, 과거 휴거사건의 피해자의 입을 빌어, 시한부 종말론에 담긴 일종의 시대적 메시지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주목할 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땅히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시한부 종말론자의 입을 통해 오히려 통렬하게 반격을 당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물신화에 대한 고발은 아이러니를 넘어 더 강렬한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 

‘1992년 휴거 사건’의 시작은 1987년에 출간된 책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을 읽고 난 뒤 황홀한 두려움이 열아홉 살의 아직은 미숙한 영혼을 송두리째 우주적인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후 삶은 넘실거리는 격랑 속에 휘몰리듯 원하지 않는 곳으로 떠돌았다. 세상에는 읽지 말아야 할 책, 아니 너무 일찍 읽어서는 안 될 책이 있는 것 같다.

 

그때의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얻고 삼십여 년 신산스럽게 삶을 이어 왔다.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 웅크린 채 전전긍긍하며 지내던 중 이렇게 펜을 들게 된 것은 모 지역에서 다시 일어난 ‘휴거에 대한 거룩한 선포’가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고 마음의 심연을 건드렸기 때문이리라.

‘1992년 그때는 왜 틀렸고 왜 지금이 진짜인지’를 열변하는 어느 ‘선지자’를 유튜브로 보았다. 그날과 그때가 너무 쉽게 말해지는 것은 아닌가, 이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고 이윽고 가엾은 영혼들의 처절한 통곡만 남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의 수탁자로서 언어로 선포하는 행위’가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염려에서 언어의 공표에 따르는 신성하고도 막중한 책임을 힘주어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생각해 본다. 시한부 종말론의 준동과 그에 휘말려 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은 기성교회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 속에 두려운 마음으로 떠안아야 할 이웃의 아픔이 아닌가.

오늘날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린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게, 오히려 그날의 사람들이 가진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믿음이라고,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믿음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이 믿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글을 쓰면서 이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 두렵고 한편으로는 과연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나를 괴롭혔다. 모쪼록 이는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문제로서,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싶다.

 

2020년 겨울 끝자락에서 김영준

 

소설 1999를 읽는 세 가지 코드 

소설 <1999>는 세기말주의 즉 기독교적 종말론의 일부인  1992년에 있었던 "휴거 사건"이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으나 이는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은유적 장치일 뿐,  기본적으로는 소설의 전체를 아우르는  세가지 코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선포된 진리가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을때,  한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큰 집단적인 파국이 올 수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진리의 수탁자가 가져야 할 언어의 선포행위의 막중한 책임과 무거움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언어의 선포에 대한 책임은 비단 종교적인 선지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책임있는 행위자에게도 해당한다. 

두번째는 미래에 다시 다가올 시한부 종말론이라는 사건을 통해  사건 속에서 작가가 지적하고자 하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개신교의 사회악과 바람직한 공동체의 당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시한부종말론의 준동은 기성교회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데 기인하며 이러한 교회의 현모습은 지나치게 물신화되어 있고 영적인 타락 속에 소외된 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면들로 풍자와 희화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하늘을 바라보야야 할 신앙이 오직 땅에서의 축복에만 관심을 가지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세번째는 정신질환 코드이다. 현대에 들어 마음의 병을 수면위로 부상시켜 공동담론 내지는 화두로 담아내고자 하는 움직임은 많이 있으나, 이 소설처럼  그런 질병을 안고 사는 부대끼는 삶의 현실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드러낸  자료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부분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건사고들을 바탕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이는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또한 사회적 연대의식 속에 살아야 할 우리 모두의 아픈 공동체이자  이웃일 수 있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리라 생각한다.

 

김영준작가123.jpg

작가 프로필


1970년 대전 출생으로 충남대학교 사학과와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살이 되던 해에 시한부 종말론을 다룬 책 <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를 읽고 이에 경도되어 양극성 정동장애를 얻었고, 이후 다시 두 번의 입원 등을 겪었으며 많은 세월 동안 사람과 세상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직장생활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을 견뎌내기 위해서, 또한 근원적으로 희구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결심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소설 쓰기 과정을 배우면서 소설 창작의 이론과 과정을 현장 학습적 방법으로 응축한 <좌충우돌 유쾌한 소설쓰기> (3인공저 양문 2017) 와 초등학교 밴드에 올린 추억을 담은 글과 사진을 엮은 <한잔의 술, 열 스푼의 행복>, (북퍼브.2020) 이 있다. 

댓글목록 3

백승민님의 댓글

백승민 작성일

영감있고 진솔한 김영준 작가님의 연재를 기대합니다.

이나나님의 댓글

이나나 작성일

chicken님의 댓글

chicken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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